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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까닭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누구나 꿈꾸지만 실현불가능했던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의 21세기 버전이다(왕자의 거지는 사실상 오늘날의 권태를 느끼는 부잣집 도련님과 신분상승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가난한 주인공 캐릭터의 원형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크 트웨인의 풍자도 그대로 가져왔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에는 풍자 대신 현대인의 서글픈 욕망이 담겨 있다.

그 욕망이란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 부품처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선망하지 않을 수 없는 예술가에 대한 욕망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벤은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라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번민에 휩싸이며 사진가를 꿈꿨던 자신의 청춘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린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핀 게리라는 삼류사진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그의 행세를 하며 도피생활을 한다. 자신이 살해한 이가 우연찮게도 사진가인 바람에 그는 다시 사진을 찍으며 몬태나 주의 마운틴폴스라는 시골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데, 그는 그 곳에서 사진가로서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새로운 사랑도 만난다. 그러나 이러한 당황스러운 행운도 잠시, 또다른 사고로 인해 그는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책에서 주목해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는 계기'이다. <왕자와 거지>에서 뒤바뀐 삶이 왕자와 거지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살인'을 통해 그것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왕자와 거지>가 당대(사실 당대라고 하기에는 왕정이 이미 유명무실해져 때늦은 감이 있지만)의 신분 제도에 대한 우회적인 풍자로 작용하는 데 반해, 이 책의 '살인'은 현대인의 삶에 어떤 운명적인 요소를 드리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살인' 정도의 대단한 일을 벌이지 않고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은 매우 애매해서 오히려 구시대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작가는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른 주인공이 행운을 오래 누리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지도 않았다. 결말은 분량도 짧고 무척 갑작스럽다. 이는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도덕, 혹은 예상가능한 뻔한 비난과의 타협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분명 자신의 책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